작성날자 : 2019-12-07    조회 : 342
 
단편소설 《금강의 돌》(7)

                                                                                                글 조인영

《김정숙녀사야 백두산의 녀장군으로 소문이 났는데 몸도 우람하고 목소리나 인품이 다 장군틀일거예요.》

정녀는 평소에 품었던 소견을 이렇게 터놓았다.

평양녀인은 그저 웃기만 했다.

정녀는 녀인을 향하여 한걸음 다가섰다.

정녀를 마주보는 평양녀인의 광채어린 안광에서 그윽한 인정이 넘쳐났다.

녀인은 정녀의 두손을 정겹게 맞잡으며 조용히 불러주었다.

《정녀동무!》

이때 정녀의 등뒤에서 명랑한 녀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정숙동지. 정말 안됐어요. 하나도 도와드리지 못하구… 그릇들을 거두어가지구 먼저 내려왔어요.》

난데없이 튀여나온 김정숙동지라는 부름에 정녀는 두눈이 휘둥그래졌다.

(아니, 그럼 이분이?)

정녀는 놀라운 눈길로 뒤에서 다가오는 녀인을 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평양녀인을 우러러보았다.

숙부드러운 눈빛이며 너무도 수수한 옷매무시와 겸허한 인품…

이분이 정녕 항일의 녀성영웅이신 김정숙녀사이시란 말인가!

언젠가 머리속에 새겨진 비범한 인걸일수록 평범하다는 말의 참뜻이 순간에 깨우쳐졌다.

김정숙녀사께서는 방금 구룡연에서 내려온 녀인을 가리키시며 《우리와 함께 김일성장군님을 모시고온 동무예요.》라고 소개하시더니 이번에는 《금순동무! 아까 오이김치를 가져왔던 이곳 샘마을녀맹위원장동무예요. 인사해요.》라고 이르시였다.

김정숙동지와 다름없이 수수한 무명치마저고리를 입은 금순은 얼굴가득 웃음을 띄우고 정녀의 손을 잡으며 반기였다.

《장군님께서 오이김치를 얼마나 달게 드셨는지 아세요. 그이께서는 금강산에 오니 공기도 좋고 물도 좋아 밥맛이 한결 더 난다고 하시면서 오이김치를 담근 샘마을녀맹위원장동무의 솜씨를 치하하시였답니다.》

《아니, 장군님께서요?》

정녀는 너무도 꿈만 같은 일에 그만 어안이 벙벙해져서 할말을 고르지 못했다.

기쁨으로 눈앞이 흐려지고 목이 꽉 메여왔다.

김정숙녀사께서는 정녀의 모습을 정겹게 바라보시면서 하던 일을 마저 하시려는듯 천천히 물가에 앉으시였다. 금순은 남은 그릇가지들을 마저 거두었다.

정녀는 은연중에 그이의 곁으로 다가가서 녀사의 일손을 눈여겨보았다.

그이께서 아까부터 물에 씻고 계시던것은 다름아닌 돌아궁을 만들었던 둥근 깨바위돌들이였다.

보드라운 풀수세미를 움켜쥐신 그이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에서 거무스레한 그을음이 벗겨지고 아궁돌은 희디흰 바탕색을 되찾았다. 정녀는 눈앞이 뿌잇하니 흐려지면서 가슴이 쩌릿이 젖어들었다.

녀사께서는 그래서 아궁돌을 주어올적에도 이미전에 그을음이 오른것들만 골라오신것이였구나.

(그 돌이 무엇이길래?!)

정녀는 녀사의 품에 안길듯 다가서며 속으로 목메여 웨쳤다.

위인의 작은 일에서도 위대함을 본다는 말의 참뜻이 다시금 되새겨졌다.

정녀는 녀사곁에 무릎을 꿇고앉아 말끔히 씻겨진 돌 하나를 끌어당겼다. 돌에서는 아직도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평생 돌을 쪼아 생계를 이어온 할아버지조차도 쓸모없는 돌이라고 줴버리던 소리도 없고 향기도 없고 움직일줄도 모르는 무감각한 돌…

그것은 바로 김정숙녀사께서 항일의 혈전만리 마음속으로 품고오신 이 강산의 한부분이였다.

녀사의 숭고한 모습을 우러르는 정녀의 눈에는 금강산의 이름없는 바위도 나무도 단풍도 모두다 새롭고 더더욱 아름답게 안겨오는것이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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