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날자 : 2018-11-24    조회 : 93
 
칡덮이마을의 장수

옛날 금강산의 만물상으로 오르는 중간지점에 칡이 하도 많아 칡덮이마을이라고 부르는 오붓한 동네가 있었다.

구슬같이 맑은 금강산약샘을 마시며 사는 이 마을 총각들은 나이 열다섯도 되기 전에 벌써 힘이 장사같아지고 날래기 또한 호랑이 같았다.

그중에서도 억쇠라고 하는 총각은 어찌나도 힘이 셌던지 그가 금강산의 뾰족봉우리들을 이봉저봉 훌훌 건너뛰며 창을 던지고 활을 쏠 때면 쇠같이 굳은 바위에도 창과 화살이 푹푹 꽂히군 하였다. 또한 그는 얼마나 날랬던지 금강산호랑이를 산채로 잡아다가 마당에서 우리도 없이 길들이군 하였다.

억쇠는 노래도 잘 불렀다.

꽃피는 봄날에 억쇠가 마을의 청년들과 함께 들에 나가 밭을 갈고 씨를 뿌리면서 한가락의 노래를 청높이 뽑을 때면 그의 구성진 노래소리에 금강산 일만이천봉우리까지 우줄우줄 춤을 추군 하였다.

그러던 어느해 여름이였다.

마을 앞바다의 알섬에 바다를 건너온 도적떼 한무리가 기여올라와 갈매기들의 보금자리를 털어내고 수천수만개의 알을 긁어모으면서 금강산에 쳐들어올 기회를 엿보고있다는 소식이 전해왔다.

《도적놈들을 이 땅에 들여놓아서는 안된다. 알섬도 우리 나라 땅인데 그 섬에 나가서 도적무리들을 족쳐야 한다.》

억쇠는 두 주먹을 불끈 틀어쥐였다.

그는 자기가 사냥할 때 쓰던 창과 활을 메고 앞바다로 나가기로 결심하였다. 해질무렵 억쇠는 놈들의 눈에 뜨이지 않게 돛을 달지 않은 배에 뛰여올라 포구를 떠났다.

명주필을 편듯이 그렇게도 잔잔하던 바다에 세찬 바람이 일고 파도가 사납게 끓어번지기 시작하였다. 그 바람에 배는 날이 환히 밝아서야 알섬에 가닿았다.  

억쇠가 타고있는 배를 본 도적놈들이 와 – 하고 덤벼들었다.

(이놈들!)

억쇠의 눈에서는 불이 일었다.

억쇠는 훌쩍 몸을 날리며 가까이 다가붙은 도적놈들의 어느 한 배에 나는 범같이 뛰여올랐다.

그는 배전에 붙어서있는 놈들을 창으로 연방 찔러서 바다에 내뿌렸다. 그리고는 또 다른 배에 뛰여올라 놈들의 덜미를 덥석덥석 움켜쥐여서는 물우에 내던지였다. 그 솜씨가 어찌나 날랬던지 마치 밭에서 무우를 쑥쑥 뽑아던지는것 같았다.

《이놈들아, 뭣들 하고 서있는거냐?!》

겁에 질린 괴수놈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으나 어느 놈도 억쇠의 범같은 기상에 눌리워 감히 접어들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억쇠는 숨돌릴 사이도 없이 괴수놈이 타고있는 배를 향해 노를 저어나갔다.

이때였다.

핑!

화살 하나가 날아와 억쇠의 어깨에 박혔다.

괴수놈이 날린 화살이였다.

《윽!》

어깨에 박힌 화살을 움켜잡은 억쇠의 손가락짬사이로 새빨간 피가 흘러나와 옷섶을 적시고 배전을 붉게 물들이였다.

억쇠는 창을 견주어들고 괴수놈을 향해 힘껏 내던지였다.

괴수놈은 날아오는 창을 한손으로 덥석 잡아쥐더니 마른 삭정이 꺾듯 꺾어버리였다. 그러고보면 괴수놈도 힘이 어지간한 장수였다. 괴수놈이 타고있는 배로 나는듯이 뛰여오른 억쇠는 시중들던 놈들을 단매에 거꾸러뜨리고 괴수놈앞으로 한걸음두걸음 육박해갔다.

두 장수사이에 큰 싸움이 벌어졌다.

서로 붙안고 얼마동안 뒤치락거리던 끝에 피를 많이 흘린 억쇠는 그만 괴수놈한데 깔리우고말았다. 악착한 괴수놈은 있는 힘을 다해 억쇠의 목을 내리눌렀다. 억쇠와 괴수놈이 서러 어울러져 싸우는 동안 배는 파도에 밀리워 먼 바다로 정처없이 떠내려갔다.

흉물스러운 낯짝을 올려다보던 억쇠는 치미는 분노로 《욱!》하고 소리지르며 괴수놈을 밀어던지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금강산의 약샘을 먹고 키운 힘을 보라는듯이 벽력같은 고함소리와 함께 괴수놈의 덜미를 잡아 허공중 들었다가 바다속에 처박았다.

억쇠도 그만 기진맥진하여 배전에 쓰러지고 배는 파도에 밀리워 어디론가 향방없이 떠가고있었다.

이때였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섬의 갈매기들이 새까맣게 하늘을 덮으며 날아왔다.

솩! 솩!

쌕! 쌕!

갈매기들은 날개로 바람을 일으키며 떠밀려가는 배를 돌려세우고 알섬쪽으로 끌어갔다.

배가 알섬기슭에 와닿았을 때 억쇠도 정신을 차리였다.

끼륵! 끼륵!

하늘을 쳐다보니 갈매기들이 배를 에워싸고 훨훨 날아예며 저들이 보금자리를 지켜준 그 은혜에 보답한 기쁨인듯 감격에 노래하고 똘랑똘랑 눈물까지 떨구었다.

내 나라 금수강산을 호시탐탐 노리던 도적떼를 요정낸 억쇠는 갈매기들의 축복속에 고향마을로 돌아왔다.

마을사람들은 억쇠를 칡덮이마을의 장수로 내세우고 그를 환영하여 사흘동안 큰 잔치를 베풀었다.

칡덮이마을의 젊은 장수 억쇠는 오늘 륙화암벼랑밑에서 굳은 말뚝잠에 들어있으나 그의 기상에는 외적이 달려들기만 하면 잠에서 깨여나 그때 쓰던 그 창과 활을 다시 들고 원쑤놈들을 모조리 족쳐버릴 의지가 깃들어있다고 한다.


 
   

투자유치 / 련계 / 문의 / 사진 / 동영상 / 독자게시판

관리자 (E-Mail): kszait@star-co.net.kp

Copyrightⓒ 2012 - 2018 《조선금강산국제려행사》

{caption}
이전 다음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