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날자 : 2018-11-26    조회 : 95
 
《천고의 보물》

리정(호 라옹, 1578년-1607년)은 16세기말에 활동한 재능있는 풍경화가의 한사람이다. 유년시절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한 그는 벌써 8살때 당대의 이름있는 화가들과도 어깨를 견줄만한 작품을 창작하여 소년화가로 이름을 날리였다.

리정은 11살 나던 해에 명산으로 널리 알려진 금강산을 찾았다.

금강산의 여러 명소들을 돌아보는 과정에 그는 조국강산의 아름다움을 깊이 느꼈고 금강산을 형상한 훌륭한 산수화를 창작하리라 굳게 마음다지군 하였다. 때로는 마음속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여 지고다니던 화구들을 바위우에 펼쳐놓고 명소들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았다.

그 그림들이 얼마나 생동하고 선명하였던지 오가던 유람객들은 걸음을 멈추고 원숙한 경지에 이른 소년화가의 뛰여난 그림솜씨에 혀를 찼다.

그가 금강산 4대사찰의 하나인 장안사에 이르렀을 때였다. 인사를 하려고 주지의 방을 찾아갔는데 마침 거기서는 나이지숙한 스님들이 둘러앉아서 장안사벽에 어떤 그림을 그릴것인가를 의논하고있었다.

어찌나 열들이 올랐던지 그들은 리정이 들어서는것도 몰랐다.

그는 문가에 기대서서 스님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한 스님은 장안사는 어디까지나 불교사원인것만큼 부처님의 세계인 《극락세계》를 그려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러자 다른 스님이 일어서더니 당시 문인화가들속에서 많이 그려지고있던 4군자(매화, 란초, 국화, 참대) 가운데서 참대를 택하여 그리는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른 한 스님이 일어서더니 장안사벽에는 마땅히 황룡이나 봉황을 그려야 한다고 단언하는것이였다.

저마끔 자기 주장이 옳다고 중구난방으로 떠들썩하는 속에서 주지도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몰라 난처한 기색을 짓고있었다. 더 이상 들어봤댔자 모두 귀에 거슬리는것뿐이고 신통한 의견이 나올것 같지 않았다.

이때 리정이 한걸음 썩 나서며 챙챙한 목소리로 말했다.

《황송하오나 저도 한마디 하겠나이다.》

스님들의 눈길은 일시에 리정에게로 쏠리였다. 그리고 자기들앞에 나타난 사람이 애어린 소년임을 알고는 모두 놀라와하였다. 주지 역시 어안이 벙벙하여 그를 쳐다보다가 한참만에야 입을 열었다.

《소년은 도대체 누구인고?》

《예, 저는 서울에서 온 리정이라 부르나이다.》

《리정? 리정이라...》

주지는 그의 이름을 곱씹으며 머리를 기웃거렸다. 이때 한 스님이 일어나 주지에게로 다가가 무엇인가 소곤거렸다. 그 스님은 시주를 받으러 다니던 길에 이미 리정의 그림솜씨를 여러번 보아온 사람이였다. 그의 말을 듣고 난 주지는 리정더러 어서 말하라는듯 고개를 끄덕이였다.

《스님들이 저를 불손하게 여길지 모르겠으나 제 어린 소견에 방금 하신 말씀들은 합당치 않다고 보나이다.》

《뭐라구?》 스님들은 10대의 소년이 당돌하게도 자기들의 주장이 옳지 않다고 부정하는 바람에 기가 차서 입을 딱 벌리였다.

리정은 그러는 스님들의 태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하게 하던 말을 이었다.

《스님들도 잘 알고계시겠지만 금강산은 천하의 명산으로 이름이 높아 이웃나라 사람들까지 고려국에 한번 태여나 금강산을 보는것이 소원이라고 하였고 금강산의 경치가 하도 신비하여 부처세계를 보는것 같다고 하였소이다. 그런데 어이하여 스님들은 보지도 못한 극락세계나 있지도 않는 황룡, 봉황같은것을 택하려고 하시나이까? 장안사는 다름아닌 금강산의 사찰이옵니다. 그러니 장안사벽에는 천하절경 금강산산수도를 그려붙이는것이 합당한줄로 아오이다.》

비록 소년이지만 사리정연한 그의 말에 주지는 크게 감동하였고 스님들도 감히 론박할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소년의 말이 맞소. 천하에 자랑높은 금강산을 그리지 않고서야 우리 장안사를 어찌 금강산의 사찰이라 하겠소. 여러말 할것없이 이제는 명망높은 화가를 청해올 상론들이나 합시다.》

주지의 말이 끝나자 리정은 머리를 숙이며 겸손하게 청하였다.

《주지님, 비록 재간은 없사오나 믿고 맡겨주신다면 제가 그려보겠나이다.》

스님들은 다시한번 놀랐다. 그러나 주지는 그의 그림재간이 보통 아니라고 귀속말로 전해준 스님의 말을 들었던지라 두말없이 종이와 붓을 가져오라고 일렀다. 리정의 재간을 직접 자기 눈으로 가늠해보고싶었던것이다.

주지의 속생각을 알아차린 리정은 가져온 붓에다 먹을 듬뿍 찍고서는 별로 망설이지도 않고 펴놓은 참지에다가 금강산의 절경을 힘있는 필치로 그려나갔다. 단 몇번의 붓질에 금강산의 이름난 명소들이 선명하게 펼쳐지자 주지는 《과연 기막힌 솜씨로군. 이러고 보면 우리들이 서울에 다녀올 걱정은 거두어도 되겠소.》라고 감탄하면서 리정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하였다.

그리하여 11살의 소년화가 리정은 이곳 스님들과 불공드리러 끊임없이 찾아오는 뭇사람들의 탄복속에서 장안사의 벽그림을 훌륭히 완성하였다. 금강산의 1만2천봉우리를 그대로 옮겨놓은듯 한 그 벽그림이 얼마나 실감이 있었던지 사람들은 《천고의 보물》이라 하였다고 한다. 


 
   

투자유치 / 련계 / 문의 / 사진 / 동영상 / 독자게시판

관리자 (E-Mail): kszait@star-co.net.kp

Copyrightⓒ 2012 - 2018 《조선금강산국제려행사》

{caption}
이전 다음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