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날자 : 2019-06-09    조회 : 228
 
복을 불러오는 섬(2)

《래일이라도 당장 와서 가져가라구. 낟알이라는거야 있는대로 나누어먹게 되여있는건데 조금도 어려워 말게. 대신 자네 처를 좀 넘겨보내주게나. 여느 일은 시키지 않고 부엌일을 며칠 맡기려 하네. 몸살이 와서 누운 부엌어멈이 일어나면 곧 돌려보내겠네.》

삼손이는 자기 안해를 탐내여 염독을 들이는 백가의 흉심까지는 미처 몰랐으나 때없이 분수에 넘는 동정이 달갑지 않았다.

《페농은 했지만 아직은 일없으니 남의 신세 질 생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의 집 사람은 워낙 가난하게 살아놔서 부자집의 진귀한 음식을 다룰 포재가 못돼요. 사람을 다른데서 구해보시지요.》

백가는 비양기가 어린 퉁명스러운 그 대답에 화가 치밀었으나 애써 웃음을 띄우며 구슬리였다.

《우리 집 부엌에선 짬진 손끝만 있으면 어떤 별미의 음식도 다 만들수 있어. 임자 처가 내 눈에 잘만 보이면 자네까지도 데려다가 제 살아갈만큼 터전을 마련해주겠네. 어떤가 내 말이?》

삼손이는 살집 두터운 상판에 어울리지 않게 간사한 웃음을 띄운 백가를 쏘아보았다.

《나는 제 주먹을 깨뜨려 먹을지언정 남의 덕은 티끌만큼도 바라지 않아요. 그리고 여기를 떠나고싶은 생각은 당초에 없구요. 비록 척박한 고장이긴 하지만 제가 나서 뼈대를 굳힌 이 진불의 땅과 물이상 더 좋은데가 없지요.》

백가는 삼손이의 말이 어이없다는듯 어깨를 들썩이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우물안의 개구리라더니 어디 타고장에 한번 다녀보기나 하고 그런 소릴 하나. 사람 못살 곳을 백사지판이라고 비겨 이르는 말을 자네도 들었을테지. 곡식은 고사하고 풀 한대 온전히 자라지 못하는 이 진불땅에 뭐 바랄게 있다구 실없는 고집을 부리나. 저 국도가 이 진불의 복을 깡그리 빨아 바다로 퍼내가는 한 허리펼 날이 없을거네. 배곯지 않고 잔등 더우면 락이지 그보다 더한 복이 어디 있겠나. 공연스레 엇나가지 말구 안사람을 넘겨보내게.》

백가는 마음이 어지간히 기울어진듯 잠자코 있는 삼손이의 낯색을 여겨보더니 제가 할 말은 다했다는듯 활개를 저으며 자리를 떴다.

백가가 사라지자 옥매가 삼손이에게 총총걸음으로 다가왔다.

《지금 저 사람이 뭐라고 했어요? 무엇때문에 찾아왔나요?》

삼손이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우쳐묻는 안해를 안심시키려 껄껄 웃었다.

《쌀을 가져다 먹으라더군.》

《그 다음엔요?》

삼손이가 멋적게 뒤더수기를 쓸며 대답을 사무리자 옥매는 낯색이 파릿해지며 남편의 소매자락을 부여잡고 흔들었다.

《똑바로 말해줘요. 나를 어쩌라고 했어요?》

삼손이는 안해의 성화를 이기지 못해 자초지종을 이야기해주었다.

옥매는 도리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못가요. 금시 굶어죽는다 해도 그 집 문턱은 넘어서지 않겠어요. 그 백부자란 사람은 보기만해도 징그럽구 구역질이 나요.》

백가는 해마다 가을철이면 마름과 하인들을 앞세우고 빚을 받으러 마을에 자주 나타나군 하였는데 삼손이가 밖에 나간 사이에 그의 집에 들리여 옥매에게 몇번 치근거리였다.

삼손이는 백가의 추행을 아직 몰랐지만 안해가 몸부림치듯 도리질하는 소리를 흘려넘길수 없었다.

《됐소. 싫거든 가지 않으면 될게 아니요. 나도 당신을 넘겨보내겠다는 대답은 안했으니까.》

그런데 다음날부터 백가네 사람이 뻔질나게 찾아왔다. 그들은 여러가지 귀맛좋은 말로 구슬리기도 하고 위협도 했으나 삼손이는 매번마다 뜨끔한 면박을 주어 쫓아보냈다.

그러던 어느날 삼손이가 깊은 산속에 들어가 산막에서 자며 며칠동안 나무를 하고있을 때 이웃에 사는 젊은이가 허둥지둥 찾아 올라왔다.

《삼손이, 큰일났네. 지난밤에 자네 처가 없어졌어?》

삼손이는 한달음에 달려오느라 가쁜숨을 몰아쉬는 젊은이의 어깨를 와락 부여잡았다.

《뭐라구?! 어떻게 된 일인지 똑똑히 말하게.》

《밤중에 어떤 놈팽이 몇녀석이 집에 뛰여들어 자네 처를 우격다짐으로 결박하여 둘쳐업고 달아났네. 그 변고를 뒤늦게야 알구 온 동네가 떨쳐나 찾았으나 간곳을 모르네.》

삼손이는 발길이 어떻게 놓이는지도 모르고 나는듯 집으로 달려내려왔다. 듣던바 그대로 방은 온통 뒤죽박죽이 되였고 안해 옥매는 온데간데 없었다.

동네사람들과 함께 여기저기 물어보며 천방지축 찾아다니였으나 행적조차 알길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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