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날자 : 2019-06-26    조회 : 370
 
선돌이의 환생(1)

강원도 령동지방의 어느 한 고을에 선돌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고을 관가에서 온갖 궂은 심부름을 다하는 관노였으나 마음이 정직하고 쾌활한 성미라 싫어하는 사람이 없었다. 또한 힘이 세고 날파람 있어 고을의 원은 사냥을 하거나 먼길을 갈 때면 반드시 선돌이를 앞세우고 다니였다.

어느해 가을, 원은 선돌이를 데리고 금강산구경을 떠났다.

날이 저물어 어느한 객주집에서 쉬여가려는데 벼슬아치들의 륭숭한 대접과 역리들의 극진스러운 시중을 받으며 그동안 불편을 몰랐던 원은 이곳에서 머리 하나 내미는 놈이 없다고 혀아래소리로 푸념을 늘여놓으면서 애매한 선돌이만 들볶아대였다.

《이놈, 방안이 답답해서 숨이나 쉬겠느냐. 문 열어놓아라.》

그러면 선돌이는 튕기듯 일어나 뒤뜰로 면한 뙤창을 활짝 열어젖히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서는 원이 또 소리를 질렀다.

《찬바람이 부는데 뙤창은 왜 열어놓았느냐. 냉큼 닫지 못할가.》

원의 변덕은 도저히 맞추어낼 도리가 없었다. 선돌이는 벌써 네댓번 창을 닫았다 열었다 해야만 하였다.

《어어- 고현놈들…》

원은 누구를 욕하는지 한마디 내뱉고 갑자기 후두둑후두둑 떨어지는 비소리를 듣더니 사납게 눈을 부라리였다.

《너는 도대체 뭣하려 따라다니는놈이냐. 날씨가 을씨년스러워지는데 이놈아, 그렇게 멍청히 앉아만 있겠느냐.》

선돌이는 그말이 끝나기 바쁘게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주인을 찾아 방을 빨리 덥혀달라고 하니 그는 《예, 예…》하며 당황하여 어찌할줄을 몰라했다. 잠시후 선돌이는 머슴아이에게 이글거리는 참나무숯불이 가득 담긴 화로를 들려가지고 원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불을 때서 구들을 덥힐동안 화로불이라도 쪼이십시오.》

머슴아이는 화로를 놓고 허리를 한번 굽석하더니 황황히 물러갔다.

원은 화로에 다가앉으려고도 하지 않고 돌연히 선돌이를 쏘아보며 눈살을 꼿꼿이 곤두세웠다.

《에익, 고현놈. 량반대할줄을 통 모르는구나.》

선돌이가 영문을 몰라 눈을 동그랗게 뜨자 원은 더욱 어성을 높였다.

《너는 관가밥을 여러해 먹었다는것이 눈치가 곰발바닥이구나. 그래 고기굽는 객주집 화로불을 쪼이라는거냐? 량반의 살가죽을 고기점같이 굽겠다는거냐?》

선돌이는 원이 노는 행동이 우습고 어처구니 없었으나 곁따라 성난체하였다.

《에- 이건 고약한 화로로군. 우리 사또놈의 귀한 살가죽과 량반이 자시는 고기도 가려보지 못하다니. 이 무지막지한것을 당장 들어내겠소이다.》

선돌이는 화로를 번쩍들고 일어나 발길질로 문을 열었다. 그러니 원은 《이애, 이애.》하고 급히 선돌이를 멈춰세웠다.

《군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화를 내지 않는 법이니라. 이 집주인이 촌구석에서 본것이 없어 그러는것이니 화로는 내던지지 말고 그대로 가져다주어라.》

그로부터 한식경이 지나 방안이 제법 훈훈해졌다. 아마 량반의 성화를 받기 싫어 불을 많이 땐 모양이였다. 시장기를 느낀 원이 차마 밥독촉을 할수 없어 천정을 바라보는중인데 예쁘장하게 생긴 삼십전의 녀인이 저녁상을 들고들어왔다.

남편없이 홀로 사는 객주집주인이였다.

원은 초라한 산골 객주집치고는 퍼그나 푸짐한 밥상을 마주하게 되자 기분이 좋아져서 녀인과 눈을 맞추었다. 녀인은 상옆에 조심히 꿇어앉아 자그마한 놋잔에 향기로운 술을 가득 채워주며 눈웃음을 지었다. 원은 해사한 녀인이 애교를 담아 권하는 술 몇잔에 거나해져서 자못 호걸티를 내며 벙글거리였다.

이윽하여 녀주인이 빈상을 들고 일어서니 선돌이는 문밖에까지 따라나가 여러가지로 수고를 끼친다는 인사말을 하고 곧 방에 돌아왔다.

《이놈!》 원은 선돌에게 대뜸 불호령을 놓았다.

《너는 왜 그리도 행동거지가 방정치 못하고 허틀허틀하냐?》

《황송하옵니다. 헌데 그건 무슨 말씀이오이까?》

《네 행실이 실로 바르지 못하구나. 처음 보는 녀자와 마주서서 그닥 긴치도 않은 수작질을 늘어놓아서야 되겠느냐.》

선돌이는 그 훈계가 객주집녀주인에게 인사말을 한데 대해서 트집잡는것임을 곧 알아차렸다.

《소인은 그저 객주집녀주인의 모색이 사또님의 귀여움을 받는 해월이의 생김새와 똑같아 보여 한마디 하였을뿐입니다.》

《이놈, 발칙하다. 무슨 사설이 그리 많으냐.》 …

이튿날 아침 두사람은 다시 길을 떠났다.

한낮이 되면서부터 해가 쨍쨍 내려쪼여 날씨는 한결 더워졌다.
  부지런히 걷느라고 얼마간 땀도 흘린 그들은 넓은 사과밭을 지나가게 되였다.

《허-어, 이고장 날씨는 변덕스럽기두 하다. 어제저녁엔 찬비가 내려 춥더니 지금은 목이 타드는구나.》

원은 혼자소리를 하고 군침을 꿀꺽 삼키였다. 이때 꼭지가 문드러진 사과 한알이 뚤렁 떨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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