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날자 : 2019-07-29    조회 : 132
 
선돌이의 환생(4)

선돌이는 속이 조금 떨리였으나 죄 지은 일이 없는지라 마음을 다잡았다.

《법왕님,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는 티끌만한 죄도 없소이다.》

《무죄한자는 여기로 결코 끌려오지 않는 법이다.》

그래도 선돌이는 꺼릴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배심을 가지고 머리를 곧바로 쳐들었다.

《저는 죄지은 일이 없습니다. 듣자니 염라국의 지옥에서는 죄있는자만 가두어넣고 다스린다고 하던데 남에게 해될 짓이란 티눈만치도 저지른적 없는 제가 여기까지 끌려온것은 정녕 억울하기 그지없소이다.》

《이놈, 여기가 어딘줄 알고 아무 소리나 마구 하느냐. 모두들 제 입으로는 죄가 없다고 하니 너희들의 진속을 명경에 비추어보아야겠다.》

염라왕의 령이 내리자 먼저 선돌이를 커다란 명경앞에 끌어다 세웠다. 밝고 청청한 거울에는 평생을 하루와 같이 정직하고 근면하게 살아온 선돌이의 모든 행동이 있은 그대로 차례차례 나타났다. 마지막에는 물에 빠져 죽게 된 남도상인을 건져주는 광경까지 생생하게 비치였다.

염라대왕은 선돌이의 한생을 곰곰스레 살핀후 머리를 기웃거리며 서로 뭐라고 수군거리였다.

한참동안 무슨 의논을 하고나서 이번에는 원을 거울앞에 내다 세웠다.

선돌이는 그 희한한 명경에 눈이 끌리여 거기서 비치는 광경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정신을 모아 바라보았다.

이것저것 잡다한것들이 다 지나가고 마감무렵이 되였을 때 금강산으로 오던 길에 하루밤 쉰 객주집이 보였다. 선돌이가 깊은 잠에 곯아떨어진 밤중에 원이 주인녀자를 딴방에 홀려내다가 한이불속에서 놀아나는 모양도 선명하게 지나갔다.

뒤이어 사과밭 정경이 펼쳐지며 선돌이를 앞세운 원이 사과를 마구 따서 게걸스레 먹어대는 꼬락서니가 우습강스러울만치 똑똑하게 보이였다. 그다음은 남도상인을 구해내던 광경이 다시 나타났다. 순간 선돌이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자기가 물에 빠진 사람을 살려내느라 딴눈 팔 겨를 없이 애쓰는동안 원이 장사치가 방금 내던진 금붙이띠를 제꺽 집어 제허리에 차고있었던것이다. 결국 남도상인이 잃어버렸다고 죽을상이 되여 찾던 그 띠는 성현의 말씀을 늘 입에 올리는 원이 훔친것이였다.

선돌이는 점잖은 량반행세를 하는 원이 물욕과 색욕이 많다는것을 모르지 않았지만 저런 날도적놈일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그런즉 원이 맞아야 할 벼락을 곁따라 맞고 여기에 끌려온것이 틀림없었다.

염라왕은 원을 다시 앞에 불러다세우고 서리차게 따지였다.

《이런데도 네 죄를 숨길테냐? 네가 전생에 범한 추행은 이루 헤아릴수 없다. 너는 지금 명경에 드러난 죄만으로도 지옥에 백년 들어갈놈이다. 대의명분을 목숨보다도 중히 여긴다는 량반의 행실이라는것이 고작 그 꼴이냐?!》

원은 코가 깨여지게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었다. 그러나 염라왕은 더욱 노하여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판결을 내리였다.

《여봐라, 이놈을 당장 끌어내다가 지옥에 처넣어라!》

이 추상같은 령이 떨어지자마자 창검을 든 사자들이 달려와서 원의 덜미를 우악스레 거머쥐고 지옥문쪽으로 질질 끌고나갔다.

잠시후 염라왕은 선돌이에게 눈길을 돌리며 위엄있게 말했다.

《너는 이곳에 잘못 온것 같다. 그러니 인간세상으로 다시 돌아가도 좋다. 여봐라, 이 젊은이를 빨리 인간세상으로 내보내주어라!》

곧 사자들이 달려와 선돌이의 몸에 묶인 바줄을 풀어주고 원이 끌려간곳과 반대쪽인 문밖으로 떠밀었다. 선돌이는 던져지듯 허공에 떠서 캄캄한 구름속을 한참 날다가 쿵 하고 땅에 떨어졌다.

놀라서 눈을 번쩍 떠보니 단풍이 빨갛게 든 숲이 우거지고 높은 산봉우리들이 삐죽삐죽 솟아있는 깊은 산골짜기였다.

선돌이는 자기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는지 아니면 깊은 꿈속에서 깨여났는지 아리숭한속에서 사위를 둘러보았다.

빨간 단풍숲사이로 하늘을 찌를듯 까마득히 솟은 끝이 뭉툭한 봉우리의 평평한 바위면이 마치 염라국의 명경마냥 해빛에 번쩍이고있었다.

선돌이는 명경처럼 생긴 봉우리인 명경대를 쳐다보면서 마음속으로 웨쳤다.

(저 명경대가 정말로 명경이라면 저앞에 버젓이 나설 량반권속이 몇이나 되랴! 이 천하절승 금강산의 산천경개처럼 아름답고 정갈한 인간으로 살테다!)

집에 돌아온 선돌이는 그후 금강산 깊은 골안으로 들어가서 가정을 이루고 부지런히 농사를 지으며 오래오래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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