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날자 : 2020-02-29    조회 : 162
 
삼일포(2)

섬에는 수십명이 앉아 놀만한 큰 너럭바위가 있었다.

바위우에 행장을 풀어놓은 그들은 각기 가지고온 선주를 한잔씩 마시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럴 때 남석이 선주가 든 호로병과 표주박을 가지고 영랑앞으로 다가왔다.

《영랑형님, 이 좋은곳에 데려다주신것이 너무 고마워 제가 선주 한잔 권합니다. 자, 이 술 한잔 드시고 저의 옥퉁소에 맞추어 춤이나 한번 추십시오.》

《춤? 그렇게 하세나, 그야 어려울것 있나.》

영랑은 술을 받아 마시고 껄껄 웃으며 자리에서 가볍게 일어났다.

《아, 참 오래간만에 영랑의 춤을 구경하겠군, 어서 한번 추시오.》

술랑도 흥이 나는듯 옷자락을 너풀거리며 그들의 곁에 와 앉았다. 남석은 곧 옥저를 입에 가져다 대였다.

황홀경에 취한데다가 선주까지 마신 영랑은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남석의 옥저소리에 맞추어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그것은 마치 하늘선녀의 날개옷이 바람에 흩날리는듯, 백조가 호수에서 춤을 추는듯 참으로 볼만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덧 밤이 되여 은쟁반같은 달이 호수에 잠기고 뭇봉우리들과 기암과 로송의 그림자도 은은히 물에 비끼니 밤경치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다.

밤이 이윽하여 은하수 소리없이 동으로 기울무렵 하늘을 이불삼아 소슬한 바람에 머리칼 날리며 돌베개 베고 잠이 들었다.

이튿날 날이 밝자 네 신선은 모래로 양치하고 못물에 세수하고 솔잎가루 물에 풀어 요기한 다음 기슭에 올랐다.

떠가는 구름에도 마음을 팔고 풀섶을 스쳐가는 맑은 바람에 풍겨오는 풀향기도 그저 좋기만 하여 활개치며 걷느라니 하얀 은모래판에 푸른 탄자를 깔은듯 한 애솔밭의 나무들이 살랑살랑 가지를 흔들고 그 우에 앉은 백학이 너웃거리며 사람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다.

《허, 참 아름답소이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것이 모두 이 세상의것 같지 않소이다.》

남석이 막혔던 숨을 토하듯 길게 한숨을 내시며 이렇게 말하고는 도포소매속에서 옥저를 꺼내들었다.

남석이 부는 옥저소리는 처음에 구름이 떠가는듯, 시내물 솟구쳐 흐르는듯 잔잔하였으나 별안간 곡조가 변하여 버들꽃눈같이 날고 기화요초 바람결에 흐느적이는듯 스르르 혼이 풀리며 마음이 황홀하였다.

이윽고 곡은 또 변하였다. 이번에는 그 소리 우렁차고 장중하며 그 빠르기는 기를 눕히고 백만대병이 내닫는듯 하였다.

영랑은 더는 참을수 없어 자리를 차고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솔우의 두루미떼도 훌훌 날아내려와 옥저소리에 맞추어 너울너울 춤추었다.

이렇듯 즐거운 춤노래속에 이틀이 지나고 사흘째 아침이 되였다.

신선들은 모두 아침밥대신 선주만 한잔씩 마시고 술랑이 뜯는 거문고소리를 듣고있었다.

한동안 흥에 겨워하던 술랑이 돌연 무릎에 얹은 거문고를 밀어놓으며 말했다.

《영랑형님! 우리가 여기와 노는지 벌써 사흘이 되였구려. 이젠 가야지 않겠습니까?》

《엉, 사흘? 벌써 사흘이 되였나?》

영랑이 놀란 눈을 크게 뜨는데 안상도 흐느러진 단풍이 물우에 비친것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속눈섭 한번 붙였다가 떼였는데 벌써 사흘이 지났네그려.》

그 말에 남석이 동감이라는듯이 고개를 끄덕이니 영랑은 그를 넌지시 건너다보며 말했다.

《그럼 래일은 떠나기로 하세. 그런데 우리가 여기 와서 놀고간 흔적으로 저 바위에다 몇자 써놓고 가는게 어떤가.》

술랑은 영랑이 손을 들어 가리키는 널직한 바위를 한번 바라보고 부지런히 행장을 뒤져 필묵을 꺼낸후 남석앞으로 밀어놓았다.

《글씨야 남석이 제일이니 수고 좀 하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남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도 그러리라 생각하고있었소이다.》

그는 옆에 있는 필묵을 집어들고 바위앞으로 걸어가더니 붓을 힘있게 휘둘러 《영랑도 남석행》(영랑의 무리가 놀다가 간다)라고 써놓고나서 물러서며 혼자 중얼거렸다.

《천년 풍상에도 지워지지 말아.》

그리고는 고개를 들고 호수 둘레를 연연한 마음으로 둘러보면서 시를 읊듯 말했다.

《신선, 사대부만이 아니라 천하 만백성들이 이 아름다운 호수에서 즐겨놀아야 하리…》

그리하여 하루동안 놀다가자던 이 호수에서 삼일을 놀다갔다고 하여 삼일포라고 부르게 되였다.

오늘도 삼일포에는 네 신선이 놀고 간것을 기념하여 세운 사선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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