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날자 : 2020-05-09    조회 : 71
 
천도의 이대나무(1)

멀고도 먼 옛날 총석정가까이에 린접한 미산마을에 귀미라는 처녀가 살고있었다.

귀미는 인물곱고 마음씨도 곱지만 음식다루는 솜씨도 뛰여나서 동네안에서는 물론 이웃마을에까지 소문이 자자했다.

온 동네가 귀동딸, 귀동누이처럼 여기며 사랑하는 이 처녀는 부모에 대한 효성또한 지극하였다.

귀미는 몇해전부터 이름모를 속탈로 시름시름 앓는 늙은 어머니의 병을 고치려 온갖 정성을 기울이고있었다.

깊은 산속에 돋아난 범부채며 다릅나무뿌리 등 희귀한 약초를 캐오고 뼈속까지 얼어드는 심산속 개천에 손발을 적시며 약새우를 잡아다가 쓰기도 했으나 어머니의 병세는 좀처럼 덜리지 않고 몸은 점점 더 쇠진해갔다.

그러던 어느날 동네사람들이 허연 수염이 가슴앞까지 드리운 풍신좋은 로인을 데리고왔다. 귀미어머니의 병을 고치려 사처에 줄을 놓아 수소문한 끝에 금강산 관음봉골안에 거처를 둔 명의를 청해온것이다.

천지조화를 부리는 금강산의 신통력을 받아안고 명산의 약초와 물과 흙으로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는 명의는 강마른 귀미어머니의 손을 쥐고 한참동안 맥을 짚어보더니 가늘게 채머리를 떨며 난감한 기색을 지었다.

귀미는 로인앞에 무릎을 끓고 엎드리였다.

《우리 어머니를 살려주셔요. 백번 죽더라도 은혜를 갚을터이니 어머니가 다시 일어나게 해주세요.》

로인은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는 귀미를 이윽토록 굽어보더니 그 효성스러운 모습에 감심된듯 진중하게 입을 열었다.

《백약이 무효이지만 단 한가지 약이 있긴 하오. 바다바람과 간물에 절며 자란 이대나무뿌리를 캐다가 달여먹이오. 그걸 구한다는것이 조련치 않겠지만 약은 오직 그 하나뿐이요.》

의원이 돌아가자 귀미는 이대나무를 찾아 집을 나섰다. 바다로 면한 산등성이와 골짜기, 험한 바위로 덮인 도래굽이를 샅샅이 더듬었으나 이대나무는 눈에 띄우지 않았다. 바다가의 높은 산등성이에 푸른 잎새를 설레이며 펼쳐진 숲이 있어 올라가보면 이대나무가 아닌 참대숲이였고 눈덮인 산자드락의 푸르청청한 숲에 눈이 이끌려 달려가면 이대와는 다른 대밭이 펼쳐져있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리지 않고 해풍 사나운 바다가를 찾아 헤매이는동안 희맑은 귀미의 얼굴은 다홍빛으로 그을고 고운 손마디도 퍼그나 거칠어졌다. 어머니는 딸의 그 모습을 보고 가슴아파서 극력 만류했다.

그러나 귀미는 이대라는 이름이 생긴 이상 그것은 어디엔가 꼭 있을것이며 그런 명약을 두고도 어머니의 병을 고쳐드리지 못한다면 자식이 아니라는 강심을 먹고 바다가를 샅샅이 훑었다.

그렇게 여러달이 지나서야 총석정의 가파로운 언덕받이에서 몇대의 색다른 대나무를 찾아냈다.

한길 남짓하게 자란 꼿꼿하고 단단한 원대와 그끝에 돋아난 파르무레한 순이며 속이 빈 곁가지줄기들, 그토록 애타게 찾아헤매던 이대나무가 틀림없었다.

처녀는 이대나무를 붙안듯 엎드리며 파릿한 윤기가 흐르는 밑그루에 눈물로 얼룩진 볼을 비비였다.

귀미는 잔뿌리 하나 허실할세라 정히 떠낸 이대나무뿌리를 가슴에 안고 집으로 달려갔다.

지성이면 돌우에도 꽃이 핀다고 귀미의 정성이 은을 낸듯 어머니의 병은 차츰 나아갔다.

누렇게 황달이 들었던 얼굴에 혈색이 피여나더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바깥바람을 쏘이기 시작하였다.

귀미는 하늘을 나는듯 기뻤다.

그는 매일 이른 새벽이면 총석정언덕으로 달려가 약을 한뿌리씩 캐다가 약탕관에 달이군 하였다. 한꺼번에 캐다놓으면 뿌리가 마르며 약진이 빠질가봐 밤이슬이 걷히지 않은 이른아침마다 바다가로 나갔다.

구름 한점 없이 말쑥한 어느 여름날 새벽이였다.

귀미가 밤이슬을 축축히 머금은 약뿌리를 캐여 보자기에 정히 싸들었을 때 동녘바다에서 불덩이같은 붉은 해가 솟아올랐다.

해빛에 바위를 주름잡아 세워놓은것 같은 총석정의 절묘한 정경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곧추 서거나 모로 비스듬히 누운 돌기둥들은 눈부신 해살을 받아 금빛, 붉은색을 띠였으며 손에 잡힐듯 선명하게 비껴드는 금강산의 기묘한 봉우리들과 어울려 수려하고 장쾌한 신비경을 이루었다.

귀미는 이 아침따라 더욱 황홀하게 안겨오는 경치에 끌리여 자리를 뜨지 못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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