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날자 : 2020-05-09    조회 : 72
 
천도의 이대나무(2)

이때 가까운 산마루에서 두런두런하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한양성안에서도 손꼽히는 세력가인 리판서가 총석정의 유명한 해돋이를 보려고 여기에 나온것이였다.

그는 한점의 청초한 꽃과도 같은 처녀를 보자 천천히 옮겨딛던 걸음을 멈추었다.

리판서는 방금 솟아오른 아침해살을 받아 발깃한 홍조가 어린 귀미의 백옥같은 얼굴을 여겨보더니 혼자소리로 중얼거렸다.

《허-어, 총석정의 황홀한 경치를 닮은 모양이야. 이 고장 녀인네들은 과시 인물맵시가 곱거든.》

《귀미라고 부르는 저 처녀로 말하면 고을안에서도 으뜸가는 미색입지요. 또한 음식솜씨도 뛰여나서 소문이 자자하답니다. 오늘 천도에 귀미를 데리고 가면 한결 더 흥취를 돋구게 될것이올시다.》

판서는 관리의 이 말에 귀가 솔깃했다. 그는 총석정의 해돋이를 보고나서 천도에 건너가 천렵을 하며 즐길 작정이였던것이다. 그래서 귀미는 리판서앞에 서게 되였으나 섬에 같이 가자는 청은 례모있게 거절하였다.

《황송하지만 저는 어머니의 병구완을 하러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몸이옵니다.》

《네 효성이 정말 기특하구나. 헌데 잠간 그 일을 뒤로 미루고 우리와 함께 섬에 건너갔다오는게 어떠냐. 네 어머니 약에 대해선 우리도 좀 생각해보겠다.》

대감이 이렇게 거듭 권하니 귀미의 얼굴에는 망설이는 기색이 떠올랐다.

《그래 이 세상에 명약이 이대뿌리만이라더냐? 오늘 천렵이 잘 되기만 하면 한양의 장생불로약이 네 어미에게 차례질수 있다. 주밋대지 말고 어서 떠나자.》

귀미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소곳이 숙이였다.

얼마후 돛폭에 순풍을 불룩히 받아안은 배는 천도를 향해 살같이 달리였다. 귀미는 점점 멀어져가는 뭍을 연해 바라보며 누가 빼앗기라도 할듯 이대나무뿌리를 가슴에 꼭 붙안았다.

천도에 배가 닿자마자 일행은 떠들썩 부산을 피웠다. 벼랑그늘이 서늘한 너래바위에 가마를 덩실하게 걸어놓고 전복을 따들인다, 도미를 낚아들인다 하며 야단법석이였다.

귀미도 눈코 뜰 사이없이 바쁘게 돌아갔다. 섭죽을 끓이고 도미튀기를 구워내고 전복회를 저미였다.

리판서는 술을 마시면서 칭찬을 련발하였다.

《참 별맛이로군. 서울장안에서도 이처럼 훌륭한 천하일미는 맛보지 못했어. 허허, 저 귀미는 과연 금강산의 보배로다.》

취흥이 도도해진 좌중은 흥얼흥얼 시조도 읊조리고 풍악에 맞추어 춤도 추었다. 그러다가 한낮이 퍼그나 기울어질무렵이 되여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해가 저물기전에 돌아가려고 서둘러 배에 올랐다. 바로 그 순간 바다바람이 터지며 집채같은 파도가 밀려들었다. 배는 금시 뒤집힐듯 위태롭게 기우뚱거렸고 사람들은 쫓기듯 섬에 다시 내려섰다.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렸으나 시간이 갈수록 풍랑은 더 거세여졌다.

이때 금강산의 지세며 온갖 조화속을 꿰뚫어본다는 늙은 관리가 리판서앞으로 다가가서 허리를 굽히고 말하였다.

《소인이 진작 여쭈어야 할걸 소홀히 여겼다가 그만… 이 천도아근의 바다엔 인간세상 녀인이 들어서지 못한다는 룡궁의 엄한 률법이 있습니다. 그러니 저 처녀를 여기에 떨구어두고 배를 띄우면 바다가 조용해질겁니다.》

리판서는 수많은 책을 읽고 평소에 미신의 허황함을 버릇처럼 일러왔으나 막상 무서운 일이 부닥치고보니 늙은 관리의 말을 그르다고 하지 못했다.

리판서를 앞세운 일행은 귀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저희들만 황황히 배에 올랐다. 그것을 보고 사태를 깨달은 귀미는 치마자락을 적시며 달려가서 배전에 매달렸다.

《저를 데리고 가주세요. 어머니곁으로 어서 빨리 가게 해주세요.》

리판서가 피타게 부르짖는 귀미를 점잖은 소리로 달래였다.

《너를 여기에 이끌고 온건 나인데 아무러면 그냥 두겠느냐. 바람이 멎은 다음에 너를 데리러 나올터이니 기다려다오.》

리판서일행을 태운 배는 서서히 물우를 미끄러져나갔다. 룡왕이 정말로 노여움을 풀었는지 어느새 바람도 잦아들었다.

서쪽 하늘가에 불타던 노을빛이 스러지더니 어둠이 깃들기 시작했다. 처녀는 바위짬에 건사해두었던 이대나무뿌리를 찾아들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먼동이 훤히 터오자 귀미는 양지바른곳에 이대나무뿌리를 곧추 세우고 심어주었다. 또한 밤사이 바위에 돋힌 이슬을 한방울 두방울 밥조개껍질에다 받아서 뿌려주었다.

그러는동안에 며칠이 훌쩍 지나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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