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날자 : 2020-05-09    조회 : 77
 
천도의 이대나무(3)

귀미는 초기와 갈증으로 하여 기운이 점차 진해가도 이대나무뿌리를 가꾸는것을 잊지 않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무때고 자기를 찾으러 오리라는 한가닥 희망을 가지고 배가 나타나기를 이제나저제나 기다리였다.

그럴 때 뭍으로 무사히 돌아간 리판서는 바다날씨가 사나와 귀미를 데려오지 못한다는 몇마디 걱정을 한뒤 금강산유람을 훌쩍 떠났다. 그리고 금강산에 가서는 아름다운 경치에 취하여 귀미의 일은 언제 있었더냐싶게 감감 잊어버리고말았다. 고을의 벼슬아치들도 저희들이 저지른 잔혹한 죄행을 일체 입밖에 내지 않았다. 그래서 귀미가 천도에 홀로 남아있다는것은 그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사이에 병이 퍽 나은 귀미의 어머니는 매일같이 딸을 찾아 바다가를 헤매이였고 마을사람들은 그들대로 보람없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였다.

귀미는 고을과 자기 마을에서 벌어진 이 일들을 알지 못한채 언제든 사람들이 데리러올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이대나무를 정성다해 거두고있었다. 때로는 저 멀리 총석정과 금강산봉우리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외로운 마음을 달래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귀미가 거처하는 바위굴안으로 난데없이 바다오리 한마리가 날아들어왔다.

아직 깃이 여물지 못한 이 새끼오리는 한쪽 날개가 몹시 상해있었다. 귀미는 어린 바다오리가 불쌍하여 오징어뼈가루를 상처에 발라주고 물고기알을 건져서 먹이로 주었다.

어느덧 상처가 아물게 되니 바다오리는 날개를 힘껏 퍼덕거려보고는 하늘높이 떠올라 어디론가 가뭇없이 사라졌다.

귀미는 서운하였으나 어쩌는수가 없었다.

며칠이 지나니 그 바다오리가 다시 날아와 바위굴주위를 서너번 빙빙 돌고나서 귀미앞에 살짝 내려앉았다.

이와 동시에 수십마리의 바다오리들이 떼지어 날아들었다.

그것들은 귀미의 머리우에서 춤추듯 너울거리며 몇바퀴 돌고는 저마끔 입에 물고온 무슨 열매를 떨구어주었다. 밤알만한 크기의 희귀한 그 열매를 한알 까서 입에 넣으니 허전하던 속이 든든해지며 힘이 솟아났다. 바다오리들은 얼마쯤 지나 이대나무도 많이 물어왔다.

귀미는 그것을 정성껏 심었다. 그날부터 바다오리들은 매일 날아와 외로운 처녀의 동무가 되여주었다.

여름도 다 가고 가을이 왔다. 그래도 뭍에서는 종무소식이였다. 그제서야 귀미는 오직 제 한몸의 안락밖에 모르는자들에게 속았음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귀미는 사람의 가죽을 쓴 짐승만도 못한 놈들의 희생물로 속절없이 스러질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나 살아서 어머니의 병을 말끔히 고쳐드리고 그놈들의 죄행을 만천하에 고발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처녀는 조금도 락심하지 않았다.

귀미가 아침저녁으로 애지중지 보살피며 가꾸는 이대나무뿌리에서는 파란 새순이 돋아나고 바다오리들이 물어다준 이대나무들은 벌써 길이 넘는 숲을 이루었다.

그렇게 또 달포가 지났다.

날씨가 류달리 맑은날 아침에 귀미어머니와 미산마을사람들은 천도에서 파르무레하게 피여오르는 한줄기 연기를 보았다.

이때 낯모를 한 사나이가 나타나 귀미어머니앞에 엎어지듯 꿇어엎드렸다.

《내가 죽일놈이외다… 이 집 딸을 섬에 떨구어둔것을 알면서도 그걸 발설하면 목을 친다기에 여직까지 그만…》

사나이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리판서일행을 배에 태워가지고 천도에 갔다온 사공이였다.

그 말을 듣고 귀미어머니는 가슴을 쥐여뜯으며 땅을 쳤다.

미산마을사람들도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귀미를 무인도에 내버린 무리들에 대한 분격을 참지 못하여 치를 떨며 주먹을 부르쥐였다.

필요한 차비를 갖춘 사람들은 급급히 배를 띄워 천도로 향했다.

천도에 이르자 사람들은 연기가 피여오르는 언덕으로 뛰여올라갔다. 하지만 그들은 깜짝 놀라 멈추어섰다.

이대들이 싱싱하게 자라고있는 너럭바위우에 웬 처녀가 조용히 서있었던것이다. 거친 해풍과 섬바람에 그을고 갱핏해지기는 했으나 틀림없는 귀미였다.

그 한쪽옆에서는 불이 활활 타오르고있었다. 귀미가 섬에 사람이 있다는것을 알리려고 물에서 나무토막들을 건지여 말린후 그것들을 맞비벼 불을 일군것이였다.

사람들은 죽은줄로 알았던 귀미가 살아있는것을 보고 기쁨을 금치 못했고 이전보다 더욱 굳세고 아름다와보이는 그 자태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마을사람들과 함께 집에 돌아온 귀미는 이대뿌리를 달여서 어머니의 병이 깨끗이 낫게 하였다.

그리고 귀미가 심은 천도의 이대나무는 다음해에 벌써 온 섬을 뒤덮었다. 땅우에서도 잘 자라지 않는다는 이대였지만 바위짬에 흘러드는 물기를 빨아올리며 꿋꿋이 자라 무성한 숲을 이룬것이다.

천도의 이대는 바다의 소금기 많은 해풍속에서 자라므로 아주 굳세여 전죽(화살대)감으로 썼고 해마다 나라에 공물로 바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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