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날자 : 2020-05-09    조회 : 1,175
 
왜놈밀정을 혼쌀낸 도사

1592년 임진왜란이전에 있은 일이다. 백운동골안의 마하연에는 앞날을 환히 내다보고 만사를 훌륭하게 처리하며 신비한 도술까지 소유한 비범한 스승이 어린 상좌를 데리고 살고있었는데 당시 사람들은 그를 마하연도사라고 불렀다.

어느날 해질무렵이였다. 공양미를 거두려고 아침일찍 마을로 내려갔던 상좌가 돌아와 도승에게 하는 말이 요즘 마을들에서 동해바다건너에 있는 왜적들이 우리 나라에 쳐들어올 차비를 하느라고 승으로 가장한 밀정들을 들여보낸다는 소문이 떠돌고있다는것이였다. 도사는 상좌의 말에 아무런 기색도 나타내지 않고 이렇게 말하였다.

《얘야! 행각승(떠돌아다니는 승)으로 가장한 왜의 밀정놈들이 우리 나라에 기여들어 사방을 떠돌아다니면서 물정을 탐지한다는 사실을 내 다 알고있다. 여기 마하연에도 한놈이 곧 당도하게 될것이다.》

이 말에 상좌는 깜짝 놀라면서 그걸 어떻게 알고있는가고 물었다.

도사는 상좌의 물음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가까이 오라고 부르더니 지금 당장 내강마을로 내려가 오늘 밤중으로 나무하러 다니는 몇몇 아이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이야기하라고 하였다.

《래일 사시(오전 9~11시)가 되면 이리로 허름하게 차린 행각승이 하나 지나갈터이니 그놈을 만나면 <이놈, 승으로 변장을 하고 남의 나라를 렴탐하러 돌아다니는 너같은 놈은 그냥 살려줄수 없다!>하고 막 달려들어 혼쌀을 내여주거라.》

상좌가 도사의 말대로 내강마을로 내려가 일을 꾸며놓고 사찰로 돌아온것은 자정이 훨씬 넘은 때였다.

그 이튿날 아침이였다. 내강마을 아이들은 상좌의 말대로 몽둥이를 하나씩 장만해가지고 마을어귀에서 지켰으나 한낮이 되여도 이상한 차림새의 왜놈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들은 할수 없이 산으로 올라가 나무를 해가지고 각기 집으로 돌아갔다.

후에 안 일이지만 이날 새벽 회양읍을 떠난 밀정놈은 내강마을어귀에 이르자 수많은 아이들이 몰켜있는것을 보고 겁이 덜컥 나서 하루종일 산밑에 있는 바위틈에 숨어있었다고 한다. 그놈은 저녁 땅거미가 질 때에야 어술렁어술렁 마하연에 찾아들어 하루밤 자고가게 해달라고 청하였다.

이 사실을 손금보듯 잘 알고있는 도사는 그놈을 반갑게 맞아들여 저녁대접을 푸짐하게 하였다. 얼마후 도사가 창밖을 내다보며 그 승더러 하는 말이 《오늘 밤은 달이 유난히 밝소. 우리 함께 달구경을 하며 세상이야기나 나누기요.》하니 그 행각승도 좋다고 하였다.

그들이 뜰아래 내려섰을 때였다. 집을 지키고있던 청삽사리가 달을 쳐다보고는 쉴사이없이 자지러지게 짖어대였다.

행각승은 개를 보고 이상히 생각하여 도사에게 《왜 청삽사리가 저렇게 극성스레 짖는가요.》라고 물었다.

이때 도사는 그 행각승의 거동을 살피면서 《저 개는 비록 기르는 개에 지나지 않으나 능히 천기를 살피고 세상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명물이요. 요즘 동쪽 왜나라가 우리 조선을 침범하려고 엿보면서 주야로 병장기를 제조하고있는데 그 정형이 저 달빛속에 비치고있소. 지금 저 개가 짖어대는것은 바로 그것을 보았기때문일것이요.》라고 하였다.

계속하여 도사가 《지금 왜놈의 밀정들이 조선에 몰래 숨어들어 각처를 돌아다니며 물정을 살피고있는데 그런 자는 이 금강산부근에도 있소. …》라고 하는데 도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놈은 칼을 빼들고 도사를 해치려고 하였다. 어느사이에 삽살개가 달려들어 칼을 든 그놈의 손을 덥석 물었다. 그놈은 도사앞에 코를 땅에 맞대고 제발 목숨만 살려달라고 하였다.

이때 도사는 《네 이놈! 똑똑히 듣거라. 우리 조선은 나무하는 아이들이나 심지어 개와 같은 미물에 이르기까지도 자기 나라를 침노하려는 원쑤들에 대해서는 제때에 분별할줄 알며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하루속히 망령된짓을 그만두고 너희 나라에 돌아가 조선침략의 흉계를 버리도록 하라.》하고 추상같은 욕설을 퍼부었다.

그리하여 행각승으로 가장한 밀정놈은 겁에 질려 졸개를 데리고 제 소굴로 황급히 도망치고말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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