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날자 : 2017-03-04    조회 : 4
 
삼불암과 울소

오랜 옛적에 하달이라 부르는 이름난 석공이 있었다. 그는 먼곳에 고향을 두고 내금강 표훈사에 와서 일하게 되였는데 릉파루의 주추돌이며 어실각의 섬돌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이 미치지 않은것이란 없었고 이 아근 절간들의 석탑과 돌부처들중에도 그가 새긴것이 많았다. 이렇게 칠년세월을 하루같이 일하고보니 돌을 다듬어 해야 할 일은 다하였으며 드디여 처자들이 기다리는 제집으로 가는것이 하나의 큰 근심으로 되였다.

그것은 하달이가 여러해를 여기서 일해오는 동안 표훈사 스님들이 백성들을 속여먹는 음흉한 계교들이며 녀인들이 오면 롱락하려드는 비행들을 비롯하여 스님들의 어지러운 내막을 다 알고있기때문이였다. 만약 이 사실을 외지에 나가 발설한다면 표훈사 스님들의 낯이 깎이우는것은 물론이고 불공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을수 있으므로 주지는 하달을 없애치우는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석공으로 말하면 청렴결백한 사람이라 뒤집어씌울만 한 죄는커녕 사소한 결함 하나 찾아낼수 없었다. 그래서 이리저리 궁리하던 끝에 주지는 마침내 그럴듯한 생각을 하나 꾸며가지고 릉파루에 스님들을 모이라고 이른 다음 하달이도 불렀다.

여러 스님들과 함께 석공이 다락우에 올라서자 주지는 이렇게 말하였다.

《지난밤 석가모니께서 현몽하셔서 나에게 이르기를 부처라고 해서 집안에만 앉아있는 법이 없으니 아름다운 금강산의 산천구경을 하고 싶노라는 의향을 밝히시였다. 그래서 나는 저앞에 보이는 경치좋은 석벽에 사흘안으로 세 불상을 모시겠노라고 아뢰였도다.》

주지의 말이 끝나자 이미 그와 내통한바 있는 한 스님이 나서며 이렇게 말하는것이였다.

《석가님의 뜻이 주지님께 직접 미친것은 표훈사의 영광이라고 하겠거니와 만약 그 맹약을 어긴다면 우리 소승들모두가 천벌을 면치 못할것이온즉 사흘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 일을 끝내자면 재주있는 석공들이 승부겨룸으로 하는것보다 빠른 길이 없고 승부내기에는 이기는자가 상을 타고 지는자가 죽는 조건을 거는것보다 나은것이 없는줄 아뢰오.》

그 스님의 말을 듣고난 주지는 자기도 같은 생각이라는듯 고개를 끄덕끄덕하더니 속히 그대로 리행하라고 지시하였다. 그리하여 하달은 석벽앞면에 큰 부처 세개를 새기고 솜씨가 날랜 스님을 하나 불러내여 그 바위의 뒤면에 작은 부처 예순개를 새기라고 하였다. 그리고 경쟁에서 진 사람은 영선교를 건너 장안사로 내려가는 길목의 검푸른 소에 스스로 빠져죽어야 한다는것이였다.

하달은 아직 돌을 다루는 일에서 남한테 져본적은 없지만 생각하면 억울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석가모니의 령을 걸고 여럿이 짜고들어하는 일이라 어찌할수 없었다. 또한 석공으로 이름난 하달이로서는 사람들의 면전에서 이것을 거부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던것이다.

드디여 가혹한 승부겨룸은 시작되였는데 큰 바위를 사이둔 두 경쟁자들의 정끝에서는 불꽃들이 일고 얼굴에는 땀이 그칠새없이 흘렀다.

표훈사 주지는 어떻게 해서든지 하달이를 지게 하려고 스님들을 시켜 역승이 돌을 쫏는것을 몰래 도와주기도 하고 부처의 형체나 알아볼수 있으면 되니 수자만 빨리 채우라고 부추기는 등 온갖 수단을 다하였다. 그러나 하달은 워낙 일에 들어서서는 직심스러운 사람인데다 날래고 독특한 솜씨를 가진 석공이여서 근육이 불끈불끈 솟는 팔뚝이 힘있게 움직이는데 따라 굵직하고 부드러운 선으로 표현한 조각상이 소박하면서도 장중한 맛을 내면서 하나하나 드러나는것이였다. 이렇게 부처를 거의다 새기고 이제는 한번만 더 쫏고 손을 떼려는 생각으로 마지막망치를 들었을 때 그와 내기하던 스님이 이겼다고 환성을 지르며 나왔다.

그 소리를 듣자 하달은 치솟는 울분을 누를길 없어 정대가 부러지도록 힘껏 내리친 다음 원망어린 시선으로 세 불상을 이윽토록 지켜보는데 땀에 젖은 몸에는 돌가루가 덧붙고 엉키여 그는 온통 돌가루투성이가 되였다. 그를 죽이려고 모략을 꾸민 스님들도 험상하게 된 그의 모습을 똑바로 쳐다보기를 켕겨하고있을 때 하달은 영선교를 건너 천천히 길을 따라 내려가더니 어디에도 하소할수 없는 억울함을 가득 안은채 커다란 소에 첨벙 몸을 던졌다. 그가 물에 빠져죽은지 사흘만에 소의 아래켠 가녁에 시체가 나타났는데 사람들이 시신을 들자고 하니 움직일수 없었다. 죽을 때 돌가루가 너무 많이 묻은탓에 돌처럼 무겁고 딴딴해진 그 시체는 차차 길다란 바위돌로 되여버려 그것을 시체바위라 불렀다. 또한 그곁에는 하달이 죽었다는 비보를 받고 불원천리 찾아온 세 아들이 아버지의 시체앞에 엎드려 눈물을 뿌리다가 그들마저 돌로 굳어졌다는 삼형제바위가 있다. 하달의 세 아들이 오열하는 설음을 터뜨린 때로부터 밤이면 이 소에서 울음소리가 들리군 하여《울소》라 부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금강치고도 표훈사의 스님들은 해만 기울어도 하달과 그의 아들 삼형제의 혼백이 배회하는 울소곁을 지나기를 두려워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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