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날자 : 2017-03-04    조회 : 26
 
구룡폭포와 구룡연

아주 오랜 옛날 세상에 금강산이란 이름은 있어도 그안의 여러 명승들에는 아직 이름도 붙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어느 하루는 그때 세상에서 공부도 많이 하고 세상물정도 꽤 잘 알아서 학자라고 불리우던 정학이란 사람이 금강산구경을 오게 되였다.

그는 지금의 외금강 옥류동계곡에 이르게 되였다.

그때 골어구에는 마침 나이지긋한 한 로인이 있어 정학의 길안내를 맡아나섰다.

정학은 식자나 있어보이는듯한 그 로인을 만나니 마음도 놓이고 은근히 믿음도 가고 해서 처음부터 허물없이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였다.

《이 골이름을 무엇이라고 합니까?》

정학이 이렇게 묻자 로인은 자못 유감스럽다는듯 두손을 마주 비비며 《아직 이름이 없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정학이 그 대답을 듣고 은연중에 이름도 없는 골안이니 볼만한게 없지 않을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럼 구경할만 한것은 무엇이 있습니까?》하고 물었다.

웃음띤 얼굴을 설레설레 흔들면서 말보다는 눈으로 직접 보는게 낫다며 앞장서 걸었다.

그래 두사람이 활개를 치면서 발걸음을 옮기는데 갑자기 골안 깊은 곳에서 푸릉푸릉 하는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당장이라도 한소나기 쏟아질듯 하여 정학이 잠간 바위밑에 의지했다가 가자고 하니 로인은 《일없습니다. 저건 그저 잠간 제자리에 머물렀다 사라지고 마는것입니다.》라고 하였다.

《그건 무엇때문인가요?》

《글쎄요. 사람들의 말은 거기에서 누가 조화를 부리는것이라고 하는데 우리도 그걸 모르지요.》

조화라고 해야 산신령이 아니면 룡의 조화이겠는데 정학은 원래 그런것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 겁날것이 없었다.

로인이 이끄는대로 안으로 들어가니 경치는 예상외로 아름다왔다.

그 기묘한 바위들과 층암절벽들은 말할것도 없고 발밑으로 쉬임없이 흘러가는 물까지도 기이하지 않은것이란 하나도 없었다.

정학이 미처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두루 살펴보며 한곳에 이르니 문득 어디선가 이상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마치 우릉우릉하며 지심을 울리는것 같기도 하고 산악이 통채로 뒤흔들리는것 같기도 하였다.

저게 무슨 소리냐고 물으니 로인은 그냥 웃으며 들어가보아야 안다는것이였다.

그래서 조금 더 들어가니 그안의 단지밑처럼 좁아지고 사방은 아찔한데 높은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인 골안이였다.

정학이 걸음을 멈추고 그안을 둘러보니 그 깊은 골 한켠에 칠색령롱한 무지개가 솟아있었다.

한참동안이나 무지개에 정신을 팔고있던 정학은 자기도 모르게 한곳에서 문득 시선을 멈추었다.

무엇인가 흰 물건이 무지개를 타고 꿈틀거리며 하늘로 오르고있는것을 본것이였다.

《폭포다!》

정학은 이렇게 환성을 올렸다.

높은 산꼭대기에서 떨어지는 물기둥이 아름다운 무지개와 함께 어울려 사람의 눈을 홀릴줄이야 어이 알았으랴.

《자, 이젠 다 왔습니다. 아직 이름 하나 없긴 하지만 세상에 이름난 명소보다 낫지요.》

가까이 가서보니 그것은 더욱 장쾌해보였다.

떨어져내린 물은 그밑에 깊이 패인 소에 고이는데 거기서 흩어지는 물보라에 또한 아롱아롱한 무지개발이 섰다.

(저것을 무엇이라 했으면 좋을고.)

정학은 할말을 찾지 못하고 그저 넋없이 바라보기만 하였다.

바라보건대 그것은 저 높은 꼭대기에서 흰 비단필을 드리우고 흔드는것 같다. 아니, 그것도 아니다.

천만섬 구슬을 쉬임없이 쏟아내는것 같다.

그는 잠시 이렇게 생각했으나 다시 머리를 흔들었다. 설사 구슬섬이 쏟아질진대 저렇게 물보라는 일지 못할것이며 빛갈 고운 무지개도 서지 못할것이다.

아까 환각속에 보았던 살아서 움직이는 모습그대로 흰 몸을 꿈틀거리며 하늘로 솟아오르려는 거센 룡의 움직임이였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정학은 문득 무릎을 치면서 허리춤에서 급히 필묵을 꺼내들었다.

저 굽힐줄 모르는 씩씩한 룡의 기상이야말로 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룡》하고 그는 붓대에 힘을 주어 한자를 써넣었다.

다음자가 생각나지 않았다. 분명 룡이 오른다고 쓰자고 하였으나 종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몇번째 붓에 먹만 다시 찍고있는데 로인이 그에게로 다가왔다.

《로인장, 저 폭포가 무엇처럼 보이시오?》

정학은 답답함을 참다못해 로인에게 이렇게 물었다.

《글쎄요, 저걸 보는 이마다 서로 다른 소리들을 하지만 대체로는 흰룡같다고들 합니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저놈의 룡이 하늘로 오르는것 같습니까, 내리는것 같습니까?》

《글쎄 오르는것 같기도 한데 기실은 오르지도 않는것 같습니다. 저놈이 이 골안을 떠나지 않고 자주 변덕을 부리는데 아홉가지 조화를 일으킨다고 합니다.》

(아홉가지 룡의 조화?!)

이때에 문득 또 한가지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룡이라고 하는데는 청룡, 흑룡, 황룡이요 하는 갖가지 룡들이 있어서 그것들이 비와 구름, 번개와 우뢰 같은것들을 하나씩 맡아서 거느린다고 하는것이였다.

그러니 이 골안에 아홉마리의 룡이 있다고 해야 할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이 미친 정학은 룡이라고 썼던 그앞에 아홉 구자 하나를 더 써넣었으나 그다음은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 자기의 글재주가 이것이 전부란 말인가 하고 화가 나서 붓대를 집어던지고말았다.

그런데 이때 정학의 뒤에 와서 그가 쓴 글자를 물끄러미 들여다보던 로인이 《구룡?! 그럼 이 폭포이름이 구룡이란 말입니까? 그것 참 이름이 좋습니다.》하고 무릎을 철썩 친다.

락심천만해 앉았던 정학이 그 소리를 듣고 펄쩍 놀라서 로인한테로 돌아섰다.

《로인장, 그게 폭포이름이 되겠소?》

《그게 폭포이름이 아니란 말입니까? 이름이 얼마나 좋습니까. 금을 주고서라도 살만한 이름인데요.》

정학은 아직도 영문을 차리지 못하고있는데 로인은 연방 수염을 쓰다듬으며 좋아했다.

《여직껏 우리가 이 좋은데 살면서두 신통한 이름을 찾지 못하여 남부끄러운데가 많더니 오늘 과연 뜻있는 선비가 오시여 그처럼 귀한 이름까지 달아주시니 이런 좋은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로인이 너무 감격해하니 정학이 역시 기쁨을 금할수 없었다.

시를 한수 지어보자고 하던노릇이 자기도 모르게 그만 폭포의 이름으로 되고말았다.

천하명승지에 이름을 단 공적이 어찌 좋은 시 한수를 짓는 그것만 못하다고 하랴.

그들은 다시 폭포이름을 구룡폭포로, 그 아래 못이름을 구룡연이라 락착을 짓고는 바위밑에다 진하게 먹을 갈아서 큼직하게 그 이름을 써놓고 세상에 더없는 기쁜 마음으로 산을 내려왔다.

그러나 그렇게 이름을 지은 그들자신도 그때부터 사람들속에서 이 골안에 아홉마리의 룡이 살고있는데 그것들이 변화무쌍한 조화를 자주 일으켜 폭포이름을 구룡폭포라고 부르게 되였다는 이야기가 퍼지게 되고 후세까지 전설처럼 전해지게 될줄은 알지 못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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